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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기록/독후감

라틴어 수업, 한동일



전 직장의 선배님이 추천했던 책이다. 언젠가 한번은 읽어보아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대출이 가능한 상태였다. 선배는 바쁜 업무 속에서도 항상 책을 읽고 자기 계발도 꾸준히 한다. 종종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죽이 잘 맞는다. 그래서 그런지 선배님이 추천했던 책들은 적어도 내 관점에서는 재미있었다. 이번에도 선배를 믿고 대출을 했다.


무엇보다도 책을 쓰신 한동일 선생님의 이력이 눈에 띈다. 저자는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의 변호사이다. 700년 역사상 930번째로 선서한 인물이라고 한다. 라틴어는 해당 문화 속에서 자라고 공부한 사람도 익히기 어렵다 들었다. 그 언어로 법공부도 하셨고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하셨나보다. 700년 동안 930명의 법조인이 선서를 했다고 하면 1년에 보통 한명이 통과한다는 얘기가 된다.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셨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선생님의 겸손함과 따뜻한 인품이 돋보였다. 서문에서부터 세네카의 『도덕에 관한 편지』로부터 '사람은 가르치며 배운다'라는 말을 인용한다. 그리고 자신은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배웠다 고백했다. 그러한 깨달음을 '줄탁동시(時)'라는 고사성어에 빗대어 표현했다. '줄탁동시'는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때 밖에서 어미닭이 함께 쪼아 깨뜨리는 모습을 표현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지식인들은 온전히 자신의 노력과 힘으로 현재의 지위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잘난 부모를 둔 것도 능력이라 얘기한 여자도 있다. 반면 한동일 신부님은 그러한 지식인들과는 결을 달리하는 한 차원 높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의 편지로 채워진 맺음말도 감동적이었다. 다양한 학생들의 사연으로 채워진 편지글이 책 말미를 장식했다. 그들의 사연이 세세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저자와 함께 했던 시간을 통해 힘을 얻었고 보다 성숙해진 삶을 살고 있다는 인상은 남았다. 그들은 편지를 통해 선생님께 무한 감사를 표했다. 살면서 고된 인생을 변화시킬 만한 깨달음을 주신 '선생님'을 만난 것도 그들의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서 나왔던 '줄탁동시'라는 고사처럼 그러한 학생들로부터 더욱더 성숙한 인간으로 배워나간 '선생님'도 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그러한 인연이 있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할 기회가 있을 때 담아두었던 구절 중에서 '그릿(GRIT)'이 떠올랐던 구절과 삶을 바라보는 의연한 태도를 이야기한 부분을 남겨보고자 한다. 이러한 성찰의 기회를 얻고자 하는 분들께 추천하는 의미에서다.


"공부를 항상 열심히 할 수만은 없고, 또 그렇게 되지도 않습니다. ... 중요한 건 그 모든 과정을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도록 지속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건 꾸준히 자기 스스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하는 겁니다." - 라틴어 수업 중에서


"사실 인생은 자신의 뜻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 갈 때가 많습니다. 주변에서 끊임없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그 중 많은 문제가 우리르 괴롭히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아마도 계속 그럴 겁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그러니 그것은 그것이고, 나는 내가 할 일을 한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건 내가 해야 할 일을 그냥 해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과 내가 할 일을 구분해야 해요." - 라틴어 수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