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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기록/독후감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강민호



진정성과 철학을 강조하는 마케팅 서적이다. 마케팅 전략 부서에서 일을 하게 되고, 이후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는 TF에 가담하게 되면서 틈날 때마다 마케팅과 관련된 책들을 찾아 보았었다. 그야말로 기본이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책이라도 본 것이다. 당시 읽었던 책들은 주로 성공 혹은 실패한 기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저자가 생각하는 성공 방정식에 초점을 맞추었었다. 반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서는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서술함으로써 변하지 않는 원론적 주제들, 즉 경영과 마케팅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책에서 논하는 세 가지 주제에 대해서 이해한 바를 바탕으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 경영 - 


저자는 경영을 '의사결정의 예술'이라 표현하였다. 기업활동에서 의사결정은 일반적으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것은 곧 어떤 것을 포기할 지 결정하는 것이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이란 한정되어 있는 자원으로 무언가를 포기해 나가는 의사결정 활동이다. 그런데 그는 경영을 '예술'에 빗대었다. 왜 '예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그것은 그의 고객 지향에 대한 철학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의사결정의 기준이 외부의 시선과 환경이라면 그것은 고객 편향일 뿐이라 한다. 외부의 시선과 환경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지향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갈 길을 잃고 우왕 좌왕하게 될 수가 있다. 따라서 기업을 경영하기 위한 의사결정에는 경영자의 내재적 가치가 중요하다. 


한편 예술은 그것의 창작 동기가 전적으로 작가의 내적 기준에 따른다는 점에서 상업적인 디자인과 차별화된다. 어찌보면 고객 지향을 위한 경영과 같은 맥락이다. 동기의 시작점이 같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경영자가 고객을 지향하기 위해서 자신의 내적 가치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 활동을 '예술'에 비유한다.



- 마케팅 -


그렇다면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직관적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한국마케팅협회의 난해한 정의를 두고두고 되새길 수 있도록 쉽게 풀어주었다. 


한국마케팅협회 : 마케팅은 조직이나 개인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시키는 교환을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시장을 정의하고 관리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강민호 : 마케팅은 조직이나 개인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시키는 관계를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고객과 문제를 정의하고, 관리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즉, 마케팅은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인간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일차적으로 '교환'이라는 단어보다는 이해하게 쉬운 '거래'를 사용했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그러한 '거래'에 지속 가능성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래서 그 단어는 곧 '관계'로 대체되었다. 또한 정의하기 모호한 '시장'이라는 개념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고객'으로 바꾸었다. 그러니 조금 더 마케팅의 정의가 이해하기 쉬워진다. 또한 그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마케터의 역할을 정리할 수 있다. 고객의 STP와 더불어 그들의 NEEDS 와 WANTS 관점에서의 문제 정의를 통해 마케터가 해야할 역할과 업무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가치 -


뒤를 이어 저자는 가치에 대해 논한다. 가치는 고객이 얻게 되는 편익을 비용으로 나눈 것이다. 편익은 단순히 기능적인 면만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정서적, 경험적, 사회적 편익이 더 클 수 있다. 가격을 낮추거나 기능적인 면만 강조하는 전략은 다양한 브랜드가 비슷한 기능을 기반으로 경쟁하는 완전 경쟁 시장(ex. 생활 소비재 등)에서 매우 위험한 전략일 수 있다. 이 부분이 특히 와닿았던 것은 바로 우리 회사가 다른 가치를 장출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기술과 가격 정책에만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의 '마'자도 읽기 싫어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면역 테라피'를 이야기하려 한다. 저자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항상 고객의 정서적, 경험적, 사회적 편익을 어떻게 증대시킬 수 있는지 고민에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회사의 경영진이 말로만 고객 관점 마케팅과 경영을 외칠 것이 아니라 한번쯤은 저자가 제시하는 주제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