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습 기록/독후감

10퍼센트 인간, 앨러나 콜렌


우리 몸에서 우리와 함께 사는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책이다. 저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다양한 과학적 사실들을 본인의 경험담 또는 역사적 사건들을 토대로 재미있게 설명한다. 참 잘 쓰인 교양 과학 도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 몸에 함께 사는 미생물은 100조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 전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10배이다. 우리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서 밝혀진 우리의 유전자가 우리를 이루는 전부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아니다. 함께 살고 있는 미생물들이 우리의 에너지 대사, 면역 반응 등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모두 합쳐야 온전하게 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10퍼센트 인간'이라는 책의 제목이 지어졌다.


저자가 다양한 스토리를 통해서 얘기하고자 했던 것은 항생제의 발견(발명?)으로 인해 21세기형 질병이라 불리는 다양한 병들이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항생제는 전염성 질병으로부터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지금은 비만, 당뇨, 류머티즘성 질환, 아토피 등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열거한 21세기형 질병들은 모두 에너지 대사 또는 면역 반응과 관련이 있는데, 에너지 대사와 면역 반응은 장 내 다양한 균들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건강에 이로운 균들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아래는 평소에 잘 모르고 있었던 것들이라, 읽으면서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사실들이다.


1. 우리 몸 면역 반응의 2/3 이상은 대장에서 일어난다는 것

2. 최근에 장과 뇌가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었고 장 건강이 자폐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3. 설사는 장 속에 독소나 나쁜 균이 많아지면 흐물흐물해진 대장 세포 간의 결합 사이로 몸속의 물이 쏟아져 나오는 현상이라는 것

4. 최근에는 다양한 면역 질환이나 대장 질환을 개선하기 위해 대변을 이식하는 시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미국 중심으로)

5. 항생제는 한번 처방을 받게 되면 치료가 완료될 때까지 제대로 먹어야 한다는 것


이 중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써야 하는 점은 5번인 것 같다. 항생제를 어설프게 먹으면 제대로 죽지 않은 장 내의 안 좋은 균들이 더 잘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속 세균들은 플라스미드라는 것을 공유함으로써 유전자를 주고받는다. 항생제에 내성이 없던 균들도 언제든 내성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첫째 아이가 막 돌을 지나 감기에 자주 걸리기 시작했을 때 다녔던 소아과의 의사들은 아이가 조금만 아파도 항생제를 처방해 주곤 했었다. 감기는 바이러스 때문에 걸린다고 들었는데, 항생제를 먹이면 희한하게 회복이 빠른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먹였다. 그렇지만 항생제를 계속 준다는 것이 찜찜하고 잘하는 짓 같지는 않아서 조금만 낫는 것 같으면 곧 약을 중단시켰었다. 그런데 그런 행동이 더 위험한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아이의 장 속에 어떤 균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설픈 항생제 치료로 인해 나쁜 균이 살아남아 번식했다면 어쨌을까 싶고, 그러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대장 건강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장내 세균들을 잘 관리해야겠다 생각했다. 장내 세균이 감정과 생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유익하다고 알려진 균들이 잘 살 수 있도록 그들이 좋아하는 식이 섬유질과 올리고당류를 더욱 더 챙겨 먹고 주변에도 권해야겠다. 그리고 깜빡 잊고 지나치기 쉬운 비피더스균도 매일 매일 일정한 시각에 아이들에게 먹이고, 나 자신도 챙겨 먹을 수 있도록 습관화 해야겠다.